전체 메뉴

[길위에서] "걷는게 어려워?"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 환호공원 내 '스페이스 워크'

미디어나비 36.5°C A+ 승인 2022.06.25 04:00 | 최종 수정 2022.11.12 03:39 의견 0

[길위에서]에는 미디어나비 36.5℃ A+의 여행일지를 연재합니다.

[미디어나비 36.5℃ A+=정순애 기자] "앞에 막고 서서 뭐해요. 못가겠으면 내려가던가~"

겁없이 내딛던 발이 구불구불 가파르게 휘어지는 코너에서 멈추자 뒤따르던 관광객이 재촉했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스페이스 워크 야경.(사진=정순애 기자)

이른 더위에, 그늘이 없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던 6월 1일의 경북 포항 환호공원 내 스페이스 워크.

경북 포항에 위치한 환호공원.(사진=정순애 기자)

아래에선 안전해 보였던 것과 달리 막상 오를수록 엄청나게(?) 부는 바람탓에 구조물이 무너져 사고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염려될 정도로 흔들렸고 구조물 바닥이 뚫려있어 내려다보는 순간 땅과의 거리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발도 난간을 잡은 손도 떨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됐다.

폭이 넓은 바지, 모자 등은 피하는 것이 좋았겠다. 치마는 특히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직선 형태가 아니라 3차원으로 휘어지고 뒤틀린 비정형 형태의 대형 구조물인 스페이스 워크는 포스코가 지난 2019년 4월 1일부터 2021년 11월 17일까지 전담 팀을 구성해 기획부터 제작, 설치까지 전 과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북 포항 환호공원 맞은편으로 보이는 포항제철소 전경.(사진=정순애 기자)
경북 포항 환호공원 맞은편으로 보이는 포항제철소 전경.(사진=정순애 기자)
경북 포항 환호공원 맞은편으로 보이는 포항제철소 전경.(사진=정순애 기자)

약 2년 7개월이라는 제작 기간 동안 포스코는 예술적 요소에 엔지니어링 요소 융합, 해안가인만큼 염분으로 인한 부식 방지, 강풍 및 지진 외 자연재해에 대한 다양한 검토 등 ‘안전’에 가장 중점을 두고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 워크는 트랙 총길이 333미터, 가로 60미터, 세로 57미터, 높이 25미터(해발 81미터)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환호공원 입구에서는 물론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해변에서도 보일 정도다.

전세계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끝 모를 사회적 거리두기때인 지난해 말부터 스페이스 워크는 랜선 여행(인터넷으로 여행)을 통해 "작품과 풍경 감상, 힙한 여행지로 각광, SNS 인증샷 명소,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페이스 워크는 오는 11월까지 오전 10시부터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9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키 110센티미터이하, 애완동물은 입장 불가다.

스페이스 워크 이용 안내 현수막이 경북 포항 환호공원에 걸려있는 모습.(사진=정순애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날도 스페이스 워크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보긴 했는데 아직 안가봤다"고 말할 정도로 지역주민보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었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스페이스 워크에 줄을 잇고 있는 관광객들.(사진=정순애 기자)
경북 포항에 위치한 스페이스 워크에 오르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사진=정순애 기자)
경북 포항에 위치한 스페이스 워크에 오르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사진=정순애 기자)

"못 걸을 거 또 가냐"는 핀잔에도 여행 목적지 중 한 곳으로 점쳐 둔데다 5월 중순 방문까지 두번째 체험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여 포항 시내와 영일대해수욕장, 포스코 전경을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걷는 것도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는 것도 쉽지 않았다.

완주를 기약하며 환호공원내 포항시립미술관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경북 포항 환호공원에 위치한 포항시립미술관.(사진=정순애 기자)

영원한 인간을 주제로 한 송영수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송영수(1930년~1970년) 작가는 철 용접 조각 가능성을 모색하며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한 1세대 추상 조각가로 알려져 있다.

석고조차 구하기 어렵던 한국전쟁후 폐허가 된 도시와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 고철과 드럼통 등을 재료로 철조 작업, 철 용접 조각 등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담아내는 등 독자적 예술을 남겼다고 한다.

서울대 재학시절 작품부터 1970년 4월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제작했던 주요 작품 40여점, 스케치북에 남긴 드로잉, 작가 노트를 바탕으로 한 조형 형식의 연구내용 등 20여년의 예술 활동을 한 송영수 작가의 일대기를 보며 그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오는 9월 12일까지 영원한 인간을 주제로 작품을 전시 중인 송영수 전을 볼 수 있다.(사진=정순애 기자)

교육체험을 전시형식으로 마련한 초헌(草䡣) 장두건 교육 체험전 ‘장두건의 정물화’ 전과 제17회 장두건미술상 수상 작가 심윤: 모두의 심연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9월12일까지 오전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월요일은 휴무다.

저작권자 ⓒ 미디어나비 36.5°C A+,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