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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언어는 인권...알 권리 관점, 쉬운 우리말 사용 중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미디어나비 36.5°C A+ 승인 2022.10.07 04:53 | 최종 수정 2022.10.13 23:36 의견 0

[hpn미디어나비 36.5℃ A+=정순애 기자] 매년 돌아오는 한글날이면 소환되는 인물이 있다.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등을 이끌어 내는데 기여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다.

국어운동을 하는 이 시민단체 대표직을 2012년부터 맡으며 "언어는 인권"이라고 밝힌 이 대표는 알 권리의 관점에서 쉬운 우리말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싱크홀, 키스 앤 라이드, 스크린도어 등 일상에서 사용돼 오던 외국어 등을 2년내 15%를 한글로 변경하는데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글은 한류문화로까지 발전시키는 바탕의 힘이 되고 있어 올해 576돌 한글날이 의미있다"고 한 이 대표에게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2022년의 한글날의 의미, 주요 사업,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사진=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연대 소개.
"2000년에 창립된 한글문화연대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데 가장 앞장선 시민단체다. '언어는 인권이다'라는 믿음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고자 공공기관 및 언론의 쉽고 바른 언어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주요 활동으로 한글학회 등 국어단체, 부산 시민단체와 함께 '부산영어상용반대 국민연합'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휴일로만 여기는 세종대왕 한글 반포 576돌 올해 한글날에 대한 의미는.
"한글날은 한문->국한문->완전 한글로 자리잡는 동안 100년 이상의 기록문화 역사의 힘을 가진 한글 덕분에 한류문화로까지 발전시키는 단단한 바탕이 되고 있어 의미있다. 한류 중심의 드라마 등의 대본 등을 모두 한글로 작성하면서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수난도 있었지만 빛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자리잡았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꼽는다면.
"언어마다 아름답운 말이 있다. 의성어, 의태어, 양성·음성 모음, 큰말, 작은말, 동글동글, 된소리 등 섬세한 말 들이 특히 재미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한글 사랑법이 있다면.
"우리말은 언어이며 한글은 문자다.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사랑하는 방법인 듯하다. 영문 로마자의 큰 간판이 많아 안타깝다. 무슨 말인지 읽기 어려워 되도록 한글로 표기한다면 한글 사랑에서 새로운 문화가 꽃피지 않을까 한다. 서울 종로구 등의 지자체에서 쾌적하고 깨끗한 도시 경관 조성을 위해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 등을 추진했다.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서 한글 간판·글꼴들을 지원한다면 자체로의 멋과 외관의 멋을 통해 일상에서의 한글 사랑 방법도 확대될 듯하다"

-신조어 등의 등장 등 언어세태, 언어파괴현상 등을 어떻게 보는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같다. 침전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망에 대롱대롱 묶여 있는 것처럼 전파 속도가 워낙 빠르다. 과거엔 교실의 학생 등 소속된 일부 집단 사이에서 퍼졌다면 지금은 1~2초만에 확산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신조어 등장을 나쁘게만 볼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사회 관계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으로 겉으론 웃기지만 실제 처한 상황이나 처지가 좋지 못해 슬프다는 의미의 '웃프다' 등의 신조어를 과거보다 많이 만나게 된다. 좋은 현상이다.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야 재산이 늘어난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보단 우리말의 활성화를 통해 문화, 자산, 역량 등을 축적할 수 있어 좋다. 혐오, 편견, 기피 등을 부추기는 신조어 등장은 신조어 자체로 좋지 않다기 보단 혐오나 편견, 기피 등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나쁜 현상이다. 줄임말 사용은 오랜 전통이다. 전경련, 민주노총, 윤핵관, 주담대 등 줄임말은 처음 들으면 어렵긴 하지만 길어서 줄이는 것으로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왕따나 배제 등을 부추기는 줄임말 등 너무 심한 줄임말 등의 사용은 줄여야 한다"

-한글문화연대 대표직을 맡게된 배경 따로 있나.
"한글에 대한 사랑, 시민운동, 한글운동, 사람에 대한 생각 등이 뿌리 깊지만 평소 이처럼 이야기하면 일부 편향되게 보는 면도 있다. 우리말, 한글사랑은 알권리 보장의 첫 걸음으로 민주주의, 인권으로 봐야된다. 언어는 인권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하려면 알권리를 늘려야 된다. 어려운 말을 모르는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받을 소지가 있다. 말과 글을 사용하는데 있어 차별 당하면 안된다. 헌법의 평등권과도 연결돼 있다. 이 모든 건 언어와 연결돼 있다. 과거엔 한글이 우리 것이라 소중하다고 한글문화 운동을 했지만 현재는 조금 변화했다. 여기에 더해 사람사이 관계, 평등 권리 보장 등이 더 중요해 졌다.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변화한 한글문화 운동이다. 한글문화연대 방향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부 정책에서도 이런 관점으로 보고 있다. 이를 사회에 전파, 활동해야 겠다고 판단했다"

-대표적 사업을 통한 성과 및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싱크홀'을 '땅꺼짐'으로, 철도역 앞 도로 표지판의 '키스 앤 라이드(Kiss and Ride)'를 '임시 환승정차구역'으로, 지하철 5~8호선 '스크린도어'를 '안전문' 등으로 한글 사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변경, 공공언어 중 외국어 남용, 한자사용 등을 자제토록하고 개선활동을 통해 2년내 15%를 줄였다. 반면 조례에 올바른 한글사용 촉진과 한글사랑도시 조성, 진흥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 세종시의 명칭 중 복합 커뮤니티센터는 변경을 추진했지만 안되서 아쉽다. 시민들이 가장 가까운 행정 기관에서 사용하는 명칭 등에 영어가 들어가 타 지자체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 언젠가 변경되기를 기대한다"

-현안 중 부산시의 영어상용도시 정책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던데 이유 및 현황은.
"영어 상용도시 정책은 늘 영어를 사용 한다는 의미다. 영어 남용으로 실패할 정책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영어 공부하겠느냐.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을 이유로 명칭 등에 마구잡이식 영어를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권리를 침해와 한류 문화에 악영향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파주 영어마을 사업의 실패한 사례도 있다. 대안없이 추진하는 정치야심으로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대표 공약으로 부산시가 추진 중인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대해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영어상용도시 부산’ 정책에 대해 시민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40.9% 반대, 27.6% 찬성 등 시민 5명 중 2명이 반대한다고 나왔다. 이달중 부산시장과 간담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추가로 추진할 사업 장단기 계획은.
"방송신문 등 언론에서 부모님 등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작성해야 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를 OECD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IRA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IPEF 등으로 줄이는 등 언론 보도에서 로마자 약어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련한 내용으로 오는 12월 학자 언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 포부, 바라는 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은 살아움직이는 생물이 아니라 전하는 거다. 주변에서 사용하는 건 누군가 퍼트려서 인데 상대방이 사용하니까 쓰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공무원들의 정책용어에서는 국민적인 배려가 아닌 관료적 태도가 있기도 하다. 따라하는 건 주체적인 언어가 아니다. 용기있게 새롭게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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